[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 답] 책을 인용하겠습니다.
■ 경기정책은 어떤 정책인가?
경기가 좋아지면 돈 수요가 늘어 금리가 오른다. 그러다 금리가 너무 높아지면 기업이나 가계가 투자 또는 소비에 쓸 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
그 결과 투자와 소비가 줄고, 생산과 고용도 함께 위축되면서 경기가 나빠진다. 경기는 이런 식으로 한동안 좋다가도 나빠지게 되어 있다.
경기가 침체한 동안에는 자금 수요가 적다. 돈을 마련해 투자해봐야 이익을 내기 어렵고, 돈벌이가 시원찮은데 빚까지 내가며 소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기가 나쁘고 자금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다.
시중 자금 수요가 적으면 시장의 수급 원리에 따라 금리가 낮아진다. 금리가 낮은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고 나면 경기가 다시 순환 사이클을 타고 회복세로 돌아서게 되어 있다. 경기가 회복될 때쯤이면 자금을 싸게 마련할 수 있는 저금리 상황을 활용해 투자와 생산과 소비에 나서는 기업과 가계가 늘어난다. 그러면 다시 생산 · 판매 · 소용 ·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경기가 좋아진다.
어차피 경기가 이처럼 순환하는 것이라면 왜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는 대책을 세운다고 분주할까? 나빠진 경기가 다시 좋아질 때까지 그저 기다리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럴 수 없다. 현대 국가에서는 정부가 국민경제를 항상 좋은 상태로 유지할 책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사이클은 오르락내리락하더라도 정부에는 경제가 불황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고 이미 불황에 빠진 경제는 시급히 되살릴 의무가 있다. 불황이 오기 전에는 대비책을, 불황이 닥치면 속히 벗어날 방책을 실행해야 한다.
경기 대응책을 경기정책(business cycle policy)이라 한다. 경기정책은 경기를 늘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둔다. 경기가 좋은 단계에 있을 때는 경기가 과열 끝에 침체가 빠지는 이이 없도록 미리 막고, 일단 침체된 경기는 되살리는 것이 목표다.
■ 경기정책의 종류는?
경기정책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중앙은행이 금융정책(통화정책)차원에서 금리 수준과 통화량을 조정하는 금리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재정에서 수입과 지출을 조절하는 재정정책이다.
중앙은행이 시중금리 수준을 조절하는 이치부터 살펴보자.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은행에는 대개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기업과 가계 상대로 예금이나 대출 등 자금거래를 하는 보통 은행이다. 공식 명칭은 예금거래를 한다 해서 예금은행인데,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하므로 상업은행 commercial bank)이라고도 부른다. 흔히 말하는 '은행'이다.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은 국가 공식 화폐를 발행 및 관리한다. 은행(예금은행)을 상대로 예금이나 대출 등을 거래하고 가계와 기업 상대로는 거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해당한다.
은행과는 다르지만, 중앙은행도 은행과 거래할 때면 예금이자를 내주고 대출이자나 수수료를 받곤 한다. 그렇다고 영리 목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을 통해 통화 및 자금이 국민경제에 안정된 가운데 원활하게 흐르고 금리가 국민경제 실정에 맞는 수준으로 움직이도록 관련 정책을 펴는 데 목적이 있다.
중앙은행이 금융 안정화 활성화 등을 위해 전개하는 통화 및 금융 관련 정책을 통화정책 내지 금융정책(financial policy)이라 한다.
중앙은행은 금융정책 차원에서 예금은행과 거래함으로써 시중금리 수준과 통화량이 특정 시점에 특정 수준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정한다.
어떻게 그럴까?
■ 중앙일반과 상업은행의 관계는?
은행은 영리업체라는 점이 포인트다.
은행은 평소 사업 운영이나 대출거래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고객의 예금과 차입 등 다양한 경로로 마련한다. 그러기 위해 예금이자와 대출이자 등 상당한 비용을 치르는데, 중앙은행에서는 어떤 경로보다 싼 이자로 거액을 빌릴 수 있다. 당연히 중앙은행을 상대로 하는 자금거래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한다.
중앙은행이 은행 상대 대출금리를 올린다 하자. 그러면 은행도 가계와 기업 상대 대출금리를 올려야 한다. 자금 조달금리가 오르는데 운용금리를 그대로 두면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면 은행을 통해 시중으로 흘러가는 통화량이 줄어들고 자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지므로 시중금리 전반이 오른다.
거꾸로 중앙은행이 은행상대 대출금리를 내린다 하자. 그럼 은행도 고객 상대 대출금리를 내릴 여유가 생긴다. 대출금리가 싸지면 으래 대출 수요가 늘어난다. 은행으로서는 대출을 더 많이 해서 영업이익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을 따라 대출금리를 내린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면 은행을 통해 시중으로 흘러가는 통화량이 늘어나고 자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지므로 시중금리 전반이 내린다.
물론 은행이 중앙은행을 따라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 은행은 운용금리에 비해 조달금리가 싸진 만큼 득을 본다. 설사 금리를 내리더라도 중앙은행보다 천천히 내리거나 소폭 내리면 그만큼 득이다. 실제로 그러기도 한다. 다만 오랫동안 또는 자주 그럴 수는 없다. 중앙은행이 금융정책상 금리를 내리는데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후 거래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행은 평소 더 많은 예금가 대출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은행이나 금융회사와 금리 경쟁을 벌이는 처지다. 경쟁사가 중앙은행 정책을 따라 대출금리를 낮추고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킨다면 결국 따라가지 않을수없다.
요컨대 정상적인 경우라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할 경우 은행도 따라서 금리 조정을 하게 마련이다. 중앙은행은 이런 메커니즘을 활용해 시중금리와 통화량을 수시로 조절한다.
중앙은행이 시중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은 현재 각국에서 경기 대응책으로도 즐겨 활용되고 있다. 곧 중앙은행이 금리 수준과 통화량을 조정함으로써 경기 방향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그럴까?
경기가 나쁠 때를 가정해 살펴보자.
경기가 나쁠 때는 기업이 투자 의욕을 내리 않는다. 은행이 돈을 빌려준다 해도 빌리지 않는다. 빌린 돈으로 사업에 투자한다면 실세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 하는데 불경기에는 수익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투자와 생산, 고용과 소비가 다 침체해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럴 때 중앙은행이 은행 상대 대출금리를 낮춰준다고 하자. 그러면 은행은 싼 비용으로 중앙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어 대출 여력이 커지므로 기업 및 가계 상대 대출금리 수준을 내릴 수 있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면 기업이 빌린 돈으로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무래도 전보다 적극적으로 은행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도 금리가 싸지면 돈을 빌려서 집이나 차를 사는 등 투자와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기업과 가계가 은행 돈을 전보다 많이 빌리면 은행을 통해 시중에 풀려나가는 자금량 곧 시중 통화량이 늘어난다. 금리가 내리고 통화량이 늘면서 기업 및 가계 부분에서 투자와 소비가 늘면 침체한 경기가 회복되는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경기가 나쁠 때 중앙은행이 은행 상대 금리를 낮추면 은행을 경유한 시중금리 하락이 투자와 소비를 자극해 경기를 살릴 수 있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됐을 때는 중앙은행이 은행 상대 대출금리를 올린다. 그러면 기업이나 가게가 은행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되면서 시중통화량이 줄고 투자와 소비가 억제되므로 과열된 경기가 진정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중앙은행은 금리 수준을 조정하는 조치를 통해 경기에 대응하고 경기 방향을 움직일 수 있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은행 상대 금리를 조정하는 정책을 금리정책(bank rate policy)이라 한다. 금리정책은 금융정책의 한 가지 도구일 뿐이며, 금융정책 본연의 목적은 경기 대응이 아니다. 다만 금융정책 차원에서 중앙은행이 구샇는 여러 정책 수단 중 금리정책이 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해 경기 흐름을 바꾸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경기정책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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